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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영화리뷰/영화추천] 영화 댄서, 아름다운 피조물 세르게이 폴루닌

by H.유마 2017. 6. 22.

일전에 언급했듯이, 최신 관심사는 대부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생기곤 합니다. 아트나인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영화 댄서에 대한 홍보 포스팅을 보고 이 영화를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 포스터에도 댄서(세르게이 폴루닌)의 아름다움이 잘 나타납니다. 아름다운 몸, 그 중 춤추는 사람의 몸은 복잡하고 섬세하고 강합니다. 기능으로서의 운동 능력과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성과 표현력이 얽혀있습니다. 근육의 결, 시선과 표정, 손끝까지 모든 디테일이 세르게이 폴루닌이라는 무용수를 표현합니다. 

 


보고 싶었던 영화가 생겨도 항상 보는 것은 아닙니다. 보고싶은 영화는 많고 극장에 오가는 시간, 티켓값 등 투자비용이 있어서 보고싶다 생각하던 영화 중 일부만 보게 되지요. 영화 댄서는 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찾아가 보았고, 크게 감동하고 만족했습니다. 


영화는 다큐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부모가 찍은 세르게이 폴루닌의 어릴적 비디오부터 친구들이 찍은 장난스러운 휴대폰 영상, 무용 레슨과 공연 영상 등 그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영상이 이어집니다. 공연이나 오디션 같은 굵직한 이벤트 뿐 아니라, 사소하게 남겨둔 영상들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했겠죠. 입에 달고 다니는 이야기지만 기록은 정말 중요합니다. 애틋하고 기쁘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죠. 흐려지기 쉬운 삶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선명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블로그도 시작한 것이구요. 

 

여튼,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영화는 홍보문구처럼 대단한 파격이나 일탈은 없습니다. ‘발레계의 배드보이’, ‘제임스 딘’이라 칭하지만 그것은 언론이 다소 자극적으로 만들어낸 수식어입니다. 영국 로열 발레단 수석 무용수 자리를 박차고 나온 뒤, 종잡을 수 없는 그의 행보로 붙여진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예상치 못한 큰 키워드가 있는데, 그것은 ‘가족’입니다. 우크라이나 시골에서 태어난 세르게이 폴루닌의 장래를 위해 그의 부모는 체조 교육을 시작하고 그러던 중 무용에 재능을 발견해 발레로 전향합니다. 영화 초반 그의 가족들의 인터뷰가 주를 이루는데, 그 시골에서 아이들은 모두 체조를 배웠고, 그것만이 극빈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고 합니다. 세르게이 폴루닌은 발레를 시작하면서 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가고 영국으로 발레 유학길을 떠나는데, 어머니, 아버지, 외할머니, 친할머니까지 그의 교육을 위해 뿔뿔이 흩어져 돈을 법니다. 아이의 성공을 위해 곳곳으로 흩어져 돈을 벌고, 심지어 아버지는 몇년동안 아들을 만나지 못합니다. (아들을 보려고 영국을 방문하려 하지만 구소련 출신이기 때문에 비자문제로 입국이 좌절됩니다) 가족의 희생 속에서 발레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어린 세르게이는 성공을 위해 발레에 몰두하고, 노력과 재능이 만나 발레리노로서 크게 성장합니다. 자신의 성공으로 가족이 결합하길 바라는 마음과, 가족과 떨어져 타지에서 홀로 사는 10대 소년의 절박함으로 최선을 다했던 것이죠. 영국 로열 발레단 최연소 수석무용수가 되고, 무용가로서 명성을 떨치지만 그의 부모는 이혼하고 세르게이가 원하던 가족들의 결합이 좌절되면서 크게 흔들립니다. 

 

발레는 무용수에게 극도로 스트레스를 주는 장르라고 합니다. 엄격한 규칙과 제한 속에서 신체와 표현을 억압하는 고전 무용의 정수이기 때문이죠. 신체적, 정신적으로 받아오던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일탈을 감행하게 되었구요. 무대 위에서 춤추는 세르게이는 완벽하게 메이크업된 프로 예술가입니다. 하지만 무대 뒤 대기실이나 일상에서는 취하고, 흔들리고, 여립니다. 아름다운 육체에 어린 섬세한 영혼은 스스로의 재능을 훌륭히 담아내지만 때때로 비틀거리죠. 눈이 아주 많이 오던 날,  세르게이가 밖으로 뛰쳐나가 옷을 벗어던지고 나신으로 눈밭을 뒹구는 장면이 있습니다. 장난기 넘치는 천진한 아이처럼 뛰어 놀다, 무결한 댄서로서 무대에 섭니다. 영화에 담겨있는 양가적인 모습들이 그를 이해하고, 애정을 갖게 했습니다. 아름다운 인간입니다. 

 

영화의 도입과 전개에 대해 대략적으로 적어내렸지만, 당신이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글 읽기를 멈추고 영화를 보라고 말하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시골 출신 아이의 영국 유학 오디션과 학교 레슨, 크고 작은 공연들은 그저 아름답습니다. 숨죽이고 바라보게 되는 그의 모습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몸과 영혼, 존재만으로 예술을 완성하는 인간을 지켜보는 것은 감동적이거든요. 제가 공감했던, 감독 스티븐 켄틴의 묘사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세르게이는 온화하고, 착하고, 섬세하고, 성장하는 영혼을 가지고 있다. 언론에 나오는 악명 높은 반항아적 느낌과 실제로는 정반대랄까. 못되고 화가 나 있고 타투를 한 러시아인을 만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착하고 사려 깊은 사람을 만나 처음에는 조금 놀랐다."



[Sergei Polunin, "Take Me to Church" by Hozier, Directed by David LaChapelle] [세르게이 폴루닌, "Take Me to Church" by 호지어, Directed by 데이비드 라샤펠]

 

[Dancer Official Trailer 1 (2016) - Sergei Polunin Documentary] [영화 댄서 공식 예고편 (2016) - 세르게이 폴루닌 다큐멘터리] 



댄서 Dancer , 2016

네이버 영화 소개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53621

 

평점 4.5/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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