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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콘텐츠

[소설리뷰] 회색인간 / 읽어볼 수 있으나 추천할 수는 없는 / 노동자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현대사회의 불편한 투사

by H.유마 2018. 3. 13.

- 회색인간 

- 저자 : 김동식

- 출판사 : 난다 

- 평점 : 3.0



이 소설을 알게 된 것은 도서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통해서였다. 회색인간의 저자와 편집자가 나와 이야기를 나눴고, 작가의 이력, 작가를 발굴한 과정, 편집자의 소회 등을 들으며 이 소설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팟캐스트 진행자인 소설가 장강명과 뮤지션 요조의 반응도 궁금증을 배가 시켰다. ‘어떻게 이런 작가가 있을 수 있지?’하는 놀라옴, 감탄 등을 들으며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근처 도서관 책 목록을 검색하였으나 모두 대출중/예약중 상태. 예약조차 걸 수 없는 상황이라 주문했고 이튿날 도착했다. 책은 금새 읽혔다. 오유(오늘의 유머)에서 연재한 수십 편의 소설을  선별하여 주제별로 구분하고 3권의 책으로 발간했다고 한다. 난 그 첫번째 책(가장 많이 팔린)을 주문했다. 



인터넷에 매일 써서 올렸다는 이야기처럼 10페이지 남짓의 짧은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매끄럽지 못한 문법, 완성도 떨어지는 문장들이 자주 보였지만 일부러 고치지 않은 것 같았다. 이야기도 크게 짜임새 있지는 않다. 다만 소재와 결론들이 신랋하고 절묘해서 읽고 나면 짜릿함이 남는다. 토요일 저녁에 책을 처음 펄쳤고 이튿날 오후에 완독했다. 짧막한 글들은 이동하며 한 두편씩 읽어도 흐름의 끊김이 없어 좋았다. 딱 한번 완독 한 뒤 중고매장에 바로 되팔았다. 이 소설을 다시 읽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팟캐스트에서 알게된 후 저녁 뉴스에서도 작가의 인터뷰를 보았다. 그는 성수동에 있는 작은 공장에서 몇년간 일을 하면서 글을 썼다. 매스컴에서 자신을 노동자들의 대표처럼 표현하지만 자신은 그것이 부담스럽다고, 그리고 자신은 좋은 사장님, 동료와 함께 일했다고 했다. 


내가 이 소설을 읽고 난 뒤의 느낌은 작가의 발굴과 탄생, 책의 포장과 홍보라는 과정은 작가가 주체적인 것이 아니라 관련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끄집어 내 온라인에 꾸준히 올렸고 편집자는 그를 발견해 다듬고 정리해 책이라는 완성품을 만든다. 출판사와 언론은 현대사회 노동자의 시선이 담긴 예리한 통찰과 기발한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수식어를 부여한다.


딱히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새삼스럽지도 이상할 것도 없는 당연하고 일반적인 과정일 뿐이다 다만 작가의 개별성과 특이성을 프레임화 하여 빠르게 시류에 편승하여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 신기하면서 조금 속은 기분이 들었다. 


팟캐스트와 TV 인터뷰에서 본 김동식 작가는 정말 순수한 사람이었고 그 순수함에 감화되어 아무런 관련 없는 나도 그가 잘 되길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과장된(적어도 내게는) 포장지를 걷어낸 알맹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궁금했기에 한번 읽어볼 만 하지만 추천할 수는 없다. 순수한 그가 반짝 하고 나타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작품 활동이 계속되길 바란다. 




네이버 책 소개 > 회색인간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009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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