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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기호

무문관, 건곤독보 (無門關, 乾坤獨步) / 무문혜개의 자서, 나의 타투

by H.유마 2018. 5. 15.

無門關 (무문관)

무문혜개(無門慧開)의 자서 


부처의 가르침 중 핵심은 ‘마음’이다. 그 진리에 통하는 입구에는 문이 없다. 문이 없는데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가. “문을 통해 들고 나는 것은 잡스런 것들이요, 인연을 통해 얻은 것은 마침내 부서지고 말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런 이야기도 평지에 괜히 일으킨 풍파이고, 멀쩡한 살갗에 종기 짜는 칼을 들이댄 것이다. 하물며 언어와 문자에 매달려 지혜를 구하는 일은 몽둥이를 휘둘러 달을 쳐내고, 간지러운 발을 신발 위에서 긁는 것과 같으니 어떤 절실한 교섭이 있겠는가.


소정 무자년(1228년) 여름, 동가의 용상사에서 대중들이 수좌로 있을 때, 나는 가르침을 청하는 자들의 부탁을 어쩌지 못해, 옛 사람들의 공안을 ‘문을 두드리는 기와조각’으로 삼아, 각각의 근기에 따라 학인들을 인도하였다. 이모저모 기록하다 보니 어느 새 책 한권 분량이 되었다. 처음부터 계통과 순서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모아보니 모두 48칙이었다. 이에 ‘무문관’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공부를하기로 작정을 한 이가 목숨을 돌보지 않고 단도직입하면 여덟 팔을 가진 나타도 막지 못할 것이며, 서천의 47조사와 동토의 23조사들도 목숨을 구걸할 것이다. 그러나 주저한다면 창을 통해 말이 달리는 것을 보는 것처럼 눈 깜빡할 사이에 놓치고 말 것이다. 



大道無門 (대도무문) 큰 길에는 문이 없다

千差有路 (천차유로) 허나 천갈래의 길이 있다 

透得此關 (투득차관) 이 관문을 꿰뚫어 다다르면

乾坤獨步 (건곤독보) 하늘과 땅을 홀로 걸으리라




| 무문혜개 (1183~1260) 

중국 남송의 임제종 승려. 속성 허, 자 자원. 천룡사의 광화상에게 배우고, 1246년 칙령에 따라 항저우에 호국인왕사를 세웠다. 저서 <무문관>이 유명하다. (네이버 백과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94757&cid=40942&categoryId=33395)



저 16자짜리 문장 중 일부를 타투로 새겼다. 문구만을 알고 있었을 뿐, <무문관> 전체를 읽거나 내용을 깊이 파본 적은 없다. 팠어도 못 알아 먹었을 것 같다.(...) 기록을 위한 것, 몰두할만한 것, 흥미로운 것이 많다. 타투의 위치나 서체, 크기는 조금 못마땅하지만 문구는 좋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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